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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건강이야기

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것


태화샘솟는집에서는 2011년부터 당사자가 직접 인권 강사가 되어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크레센도]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10월 13일에 진행된 '2017년 한국이야기치료학회 및 연계학회 공동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주거지원부 김동훈씨와 최연홍씨가 인권강사로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중 김동훈씨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는 45세의 건장한 남자이며 조현병을 앓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다. 나의 성격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아주 소심하고 여리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 어렵고 힘들었다. 그래도 의지가 되는 건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가 13년 전에 돌아가시면서 겪은 정신적인 어려움이 너무 커서 발병하게 되었다. 당시에 슬픔과 충격은 내 인생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웃들이 나에게 욕을 하는 것 같다는 피해망상이 생겼고, 주변 사람의 조언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5년간 약을 복용하면서 안정적으로 직장생활도 하다가 의사와 합의하여 약을 중단했다. 모두 예상했겠지만 나는 1년 6개월 만에 재발했다.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스스로 병원에 찾아갔다. 하지만 다시 약을 먹어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3개월간 상담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상담치료를 마치고 집에만 있으니 증상은 다시 심해졌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태화샘솟는집이다. 샘솟는집에 가기 전까지,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태화샘솟는집에서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되었고, 샘솟는집 내에서 많은 동료를 사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동료들에게도 조금씩 나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요구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게되었다. 이 용기는 내 인생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

나도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말을 할 수가 있게 된 것이고 한마디로 자존감이 조금씩 생기게 된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아직 여러 문제들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어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혹시 이런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맺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넓혀간다면 그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태화샘솟는집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글: 김동훈, 정영록               사진: 정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