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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언론보도

[오마이뉴스] 씨드하우스 '안옥란선생님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열린여성센터 지원주택 '씨드하우스'의 사례관리자 이주연 사회복지사입니다.

 지원주택 씨드하우스의 커뮤니티 공간
 지원주택 씨드하우스의 커뮤니티 공간
ⓒ 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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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하우스는 '정신질환 여성노숙인을 위한 지원주택'이에요. 생소하게 느껴지시죠? 당연히 그러실 거라 생각해요. 실무자로 1년간 일한 저에게도 아직은 '지원주택'이라는 말이 낯설거든요.

지원주택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할게요. 지원주택이란,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문제 등으로 시설 이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거나 시설 공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와 함께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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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희망자가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작성하면 '지원주택 입주자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입주가 결정돼요. 입주 관련 서류는 지원주택으로 연계해준 사회복지사 분들이 도와서 작성해주고 있답니다.

2016년 12월에 첫 입주를 시작한 '씨드하우스'는 1인 1실 원룸형 주택으로, 이용인 분들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주하고 있어요. 총 18호인데 17가구가 입주해있고, 1호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이 커뮤니티 공간이 제가 근무하고 상담하는 공간인데요, 입주민 분들끼리 함께 모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안옥선 님의 집
 안옥선 님의 집
ⓒ 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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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 이야기할 주인공은 안옥선(가명) 님이에요.

안옥선 님은 50대 후반이십니다. 40대에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하고, 절집 등을 전전하다가 정신질환이 발병하여 노숙까지 하게 되셨습니다. 노숙인시설, 정신장애인시설 등에서 7년여간 생활하다가 열린여성센터를 통해 지원주택에 입주하셨지요. 시설에서 공공근로를 하며 꾸준히 돈을 모아 독립할 준비를 해오셨고, 현재는 질환으로 근로가 어려워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며 지원주택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제가 느껴왔던 안옥선 님의 기운은? 바로 '행복함!'이랍니다.

깨끗한 주거환경과 저렴한 임대료, 위기가 있을 때 도와주는 사회복지사의 존재, 이 모든 것이 기반이 되어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기 때문에 제가 느끼는 감정으로 감히 유추해봅니다.

 안옥선 님
 안옥선 님
ⓒ 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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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이 마련되어 있는 원룸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식사와 일상생활, 증상관리를 스스로 하고 계세요. 뿐만 아니라 지원주택에서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시고, 다른 입주민 분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꽃다발 만들기 활동을 함께하는 씨드하우스 식구들
 꽃다발 만들기 활동을 함께하는 씨드하우스 식구들
ⓒ 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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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에는 '태화샘솟는집'이라는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 꾸준히 다니면서 후원인들께 편지보내기 등 여러 업무를 돕고 계십니다. 관절염도 있으셨는데, 매일 1시간씩 꾸준하게 운동하여 지금은 여행을 다니셔도 무리가 없을 만큼 건강을 회복한 상황이에요.

가끔씩 저에게 넋두리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실 때가 있어요. 힘들었던 시절, 집에 두고 나왔던 자식들이 눈에 밟힌다며, 이제는 자식들이 잘 살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말씀을 종종 하시곤 해요. 올해 설날과 추석 명절에는 아드님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저에게 말씀하셨답니다.

자식들을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 하셨던 걸 잘 알고 있기에 아드님의 방문이 저에게도 큰 기쁨이었어요.

입주 후 안정적으로 생활하시다 한 번은 위기가 온 적이 있어요. 외부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으셨다고 해요. 공황과 불안증세 때문에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을 정도였죠.

연락을 받자마자 제가 안옥선님께 뛰어가서 안심시켜 드리고, 병원까지 동행해서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했어요. 이웃 입주민 분도 곁에서 도와 증상이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요.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매일 확인하고, 안정을 찾으실 수 있도록 도왔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이유 없이 생긴 증상악화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셨지만, 지금은 하룻밤 감기에 걸렸다가 다음날 낫듯이 증상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증상관리를 하고 계세요.

지원주택에서 혼자 근무하는 저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주실 때도 있어요. 과일이나 간식을 챙겨주시기도 하고, 제가 힘들거나 지칠 때는 마음을 다독여 주시기도 한답니다.

안옥선 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노숙할 때처럼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내 집이 있어 감사해요. 문을 열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들이 있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있어 감사해요. 이런 곳이 천국 아닐까요?"

이런 긍정의 에너지가 지원주택 이웃들에게도 열심히 생활하고자 결심하는 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답니다.

아프고 힘들었던 과거를 이겨내고 미래의 행복을 설계하며, 지원주택 '씨드하우스'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하시는 안옥선 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안옥선 님이 직접 쓰신 감사의 편지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원주택 씨드하우스 입주민 안옥선입니다.

거처할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원주택으로 이사한 후 아들이 명절마다 찾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저의 행복의 한 부분입니다. 이웃들과 가족 같이 지내면서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도 하고, '태화샘솟는집'에 다니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보살펴주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사회복지를 위해 애쓰시는 시장님, 센터에서 저희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여러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저의 작은 바람은 지원주택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입니다. 집이 없어 거리생활을 하며 어려움에 처해있는 분들이 하루 빨리 안식처를 찾아서 행복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