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취재일기] "제발 제발 조현병 환자 가족들의 간청
이씨는 19세 때 조현병에 걸렸다. 다른 환자처럼 한때는 무기력 자체였다. 20대 중반까진 모든 게 귀찮아 누워만 지냈다. 어머니가 머리를 감겨줄 정도였다. 네 차례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이씨가 세상에 나온 건 이 시설 덕분이다. 여기서 밥 짓고 청소하는 법을 배우고 취업 교육도 받았다. 이씨는 “여기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부모에게도 버림받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기자는 30일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의 장단점을 취재하려고 환자·보호자 10명을 만났다. 이 법은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어렵게 만들어 인권 침해를 막자는 게 핵심이다. 강제입원 비율이 한국은 67%로 영국·미국의 4~5배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은 “강제입원을 줄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한꺼번에 2만 명가량 퇴원하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법률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는 한목소리로 강제 입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40대 남성 환자는 샤워장에 동행하는 직원에게 항의했다가 기저귀를 차고 몸이 묶였던 기억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정신센터는 적정 인원의 두 배를 관리하느라 숨이 찬다. 사회복귀시설은 9000명 정도만 관리한다. 새 법 시행으로 퇴원환자가 늘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조현병 아들(37)을 공동생활가정에 맡긴 김모(60)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 아들은 조현병이 잘 조절되지만 집에 오면 확 나빠진다. 입소 제한 기간(3년)이 곧 끝난다.
조현병 아내를 둔 이모(52)씨는 “가족이 환자 관리를 다 떠안아야 한다”고 애타게 토로했다. 환자 가족 중 한 명은 조현병 환자 실태를 다룬 본지 기사(5월 30일자 16면)에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시설·치료 전문인력 절실히 필요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제 정부가 화답할 때다. 정신보건 예산은 복지부 예산의 0.2%(1224억원)다. 선진국의 16%에 불과하다. 강제입원 축소 정책의 승패는 사회복귀 인프라에 달렸다.
이민영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