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정신장애인이 어디서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셨나요?

2019.08.30 11:24이야기/태화샘솟는집 뉴스

▲ 벡스코에서 베리어프리 정책 토론회가 진행중이다.

"자기 권리 위에 잠자는 자들은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우리들의 힘을 보여줍시다."

정신장애인 인식 변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가 부산 벡스코에서 21일 개최됐다. 부산광역시의회 최영아 의원이 주최하였고, 당사자 단체인 침묵의 소리와 정신재활시설협회 등이 공동주관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공존을 논의하기 위한 첫 공개 토론회로 당사자, 가족, 지역주민 및 정신건강 관련 분야 전문가 약 250명 정도가 참여하였다.

정책 토론회의 포문은 태화샘솟는집의 문용훈 관장이 열었다.

▲ 발언중인 문용훈 관장.

"정신장애인이 어디서 살아가고 있는지 주목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장애인 등록 수가 10만 명 정도이지만 국제 기준으로 보았을 때 현재의 3배 정도는 되어야 한다. 문용훈 관장은 아직 미등록자가 많은 문제는 여전히 정신장애인이 가정과 개인에게 맡겨져 있고 국가는 상황을 방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 관장은 의료기관과 입·퇴원 중심이던 정신장애인 지원사업이 탈시설화 등의 지역 중심사업으로 전환되려면 등록된 정신장애인 수가 늘어날 것에 대한 대비와 지역 재활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지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에 대한 교육 필요해"

문용훈 관장은 첫 번째로 교육의 필요성을 들었다. 정신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려면 사회적 스티그마로 인한 압박감을 밖에서부터 없애주어야 한다. 특히 대부분 시민이 정신장애에 대한 정보를 조현병 강력범죄 등의 큰 사건을 통해 접하여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시민과의 긍정적인 접촉을 늘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전달체계의 개편도 주문했다. 특히 사회복지 예산이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이양되면서 정신장애인의 재활 및 복지와 관련된 예산은 신체장애인 재활시설 운영보다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법적으로 정신장애인과 장애인의 서비스가 분리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복하고 종별(노인·아동·장애인)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여 지역 곳곳에서 모두가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 서비스가 제 1번이 되어야"

그는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가 쓸모 있게 되려면 거주지 마련과 최소 3명 중 1명이 재입원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퇴원 1개월간 별도의 집중 케어 및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고용지원 서비스, 활동 지원 서비스, 후견 업무 등의 서비스도 기존 신체장애인 만큼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왼쪽 첫번째부터 최영아 의원, 임규설 위원장. 오향미 주무관, 김옥선 부회장, 양경모 간사,유동철 부산 복지개발원 원장.

발제 이후 토론에서는 부산 내의 부족한 주거재활시설과 탈시설화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부산광역시 정신건강실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현재 부산 지역의 정신재활시설은 13개로 서울 105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지역사회 통합과 당사자 중심을 이야기하는 3세대 재활서비스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지역사회 참여를 돕는 2세대 재활서비스 조차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당사자 단체 침묵의 소리 간사 양경모는 "우리가 얼마나 배제되어 왔으면 복지관 이용을 금지하는 조례가 여태 남아 있었을까"라고 토로하며 "이제라도 당사자가 조례나 정책을 만드는 것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 가족모임 가디언스클럽 김옥선은 "최근 턱없이 부족한 정신재활을 마련하기 위해 위해 북구 금곡동에 정신재활시설이 들어섰지만 이마저도 무산되려 한다"며 "정신재활시설 신고제조차도 까다로워 통과가 잘 안 되는데 지역주민의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허가제는 우리를 고립시키는 법안"이라며 최근 김도읍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정신재활시설 설치 관련 개정 법률안을 비판했다.

"부산을 정신건강 친화도시로"

토론의 말미에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임규설 정책위원장은 "주거시설이 원래 그렇듯 주거선택권과 이주 자유권을 보장할 수 있으면서도 단순한 주거시설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주변 환경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유니버설 디자인 운동을 통해 연령, 성별, 국적, 장애 등과 관계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는 것을 제안했다.

"여러분들이 이야기 하는 거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게 중요한 거 같지 않아요. 제 아들은 15년 동안 시설 등록도 못 했어요. 누가 알려줬어야 말이지."

"탈원화가 뭡니까? 탈시설화는 또 뭐죠?"

"미등록 정신장애인은 어떻게 해요? 지원 대책은 있나요?"

토론회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의 가족들이 던진 질문이다. 텍스트에 감정을 실을 수 없어 아쉽지만 질문하다 과거의 설움에 북받친 분도 있었고 기억 저편에 있는 공포를 되새김질 한 분도 있었다.

부족한 정신건강 서비스의 접근성, 당사자가 느끼는 탈시설화라는 단어에 대한 온도 차, 사회적 낙인이 무서워 숨어있는 많은 정신 장애인들에 대한 문제 또한 주거 문제보다 더 살결에 와 닿는 문제들이다.

물론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내 집부터 생기면 안정감이 생기지 않던가. 여러 문제들을 하나 둘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끝이 아닌 시작"

행사가 마무리될 즈음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최영아 의원이 앉아 있던 휠체어에서 들썩이며 약속한 것이 있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상황으로 바뀐 것에 당사자들은 희망을 걸고 있다. 나도 조금의 희망을 걸어본다. 정신건강자원이 공공재가 돼 정신건강 서비스가 감기 걸렸을 때 병원 가는 것처럼 편해지면 그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때가 언젠가는 도래하지 않겠나.

원문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64135&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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