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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언론보도

[한국일보] 객실 정리ㆍ시민기자로 훈련… “조현병 환자도 당당한 사회인”

[한국일보-사랑의열매 공동기획 ‘나눔이 세상을 바꾼다’] <3> 정신질환 당사자의 홀로서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만 저처럼 꾸준히 치료를 받고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제 이야기가 정신질환 당사자들을 대변하는 사례로 알려져 사회의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정신재활시설 태화샘솟는집에서 만난 박정현(가명ㆍ27)씨는 스스로 증상이 매우 호전됐다며 웃었다. 박씨도 한때 대인 스트레스 탓에 환청이 극심했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잦아들었다. 무엇보다 올해 8월부터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의 객실을 정리하는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대인기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3개월의 호텔 실습을 거치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약물치료로 느려졌던 행동도 빨라졌다. 최근에는 숙박 애플리케이션 운영기업 야놀자가 개설한 민간 침대관리매니저 자격증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박씨는 “이 분야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서 매니저 직급까지 일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털어놨다.

 

◇직업재활로 대인관계 개선

지난 4월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진주 방화ㆍ살인사건 이후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계기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오해와 차별을 걷어내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적절한 치료와 사회적 도움을 받으면 정신질환자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생활이 가능하고, 현재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활동이다. 직업재활을 통해 자립기반을 만드는 한편, 나아가 질병의 특수성을 알려 사회의 이해도를 높이는 언론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태화샘솟는집이 현재 3기 교육생을 훈련하고 있는 ‘클린업라이프업’ 사업은 정신질환 당사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객실관리 및 공유숙박과 관련된 업무를 교육하고 취업까지 연결하는 전국 최초의 사업이다. 당사자들은 2주간 동안 현직 강사로부터 숙박시설 객실을 정리하는 ‘하우스키핑’ 업무를 배우고 3개월간 실습에도 투입된다. 현재 교육생 3명은 채용이 예정돼 있다. 태화의 양지우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하우스키핑 업무는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적고 대면 서비스를 하는 일이 적다”라면서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 있는 당사자들에게 적합한 직무”라고 설명했다.

 

박정현씨는 “의류매장에서 일할 때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한 시간은 엉엉 울고 한 시간은 껄껄 웃기도 했다”면서 “현재는 마음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덜 예민해져서 다른 직원들과도 함께 일하는 법을 터득했다”라며 웃었다.

 

◇시민기자 활동하며 사회적 편견 해소

 

정신질환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알리는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천시의 정신재활시설인 동광임파워먼트센터는 당사자 언론인을 키워내는 사업인 ‘스포트라이트’를 2월부터 운영 중이다. 여기에는 조현병 환자 등 당사자 15명이 참여해 전문가들로부터 웹툰과 사진, 기고문(칼럼) 형태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당사자들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표현해 당사자들도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사업의 목표다. 이들이 작성한 기사와 만화는 동광센터가 개설한 카카오스토리 페이지에 올린다.

 

스포트라이트에 참여한 조현병 당사자인 란초꽃(필명ㆍ45) 역시 그러한 목표에 공감하고 14편이 넘는 칼럼을 썼다. 그는 “글을 읽고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정신질환자들은 대부분 매우 순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치료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악한 면이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질환만을 문제 삼는다”고 칼럼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결혼 후에 제가 오랫동안 아팠던 이유가 조현병이었다고 뒤늦게 진단을 받았는데 남편은 ‘속았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꾸준히 글 쓰는 법을 연습하고 제 생각을 알리면서 제 증상도 호전됐고 남편도 저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동광센터는 스포트라이트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온라인 매체도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일으켰을 때만 정신질환에 주목하는 기성 언론과는 결이 다른 언론을 만드는 것이 최종 지향점이다. “언젠가 사회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면 그때 가서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이름까지) 모두 공개하고 싶다”는 것이 란초꽃의 소망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사업 소개

 

▲정신장애인 온라인 저널리스트 양성사업 ‘스포트라이트’

△사업기관 동광임파워먼트센터

△사업취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사랑의열매 지원규모 2,864만원(1년간)

 

▲정신장애인 하우스키핑 공유숙박 코디네이터 양성사업 ‘클린업 라이프업’

△사업기관 태화샘솟는집

△사업취지 정신장애인 자립역량 강화 및 취업 직종 개발

△사랑의열매 지원 규모 1억6,037만원(3년간)

 

※한국일보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 국민 나눔운동인 ‘2020 희망 나눔 캠페인’에 대한 국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공동 기획기사 ‘나눔이 세상을 바꾼다’를 5회에 걸쳐 싣습니다. 캠페인으로 모인 기금은 장애인, 취약계층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발굴해 이들에게 생계비, 의료비는 물론 일자리와 주거 등을 지원하는 데 쓰입니다.

 

원문:

h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2181450016729?did=NA&dtype=&dtypecode=&prnew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