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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취업이야기

"이제 적금 한 번 들어 보려고요."

이제 적금 한 번 들어 보려고요.”

 

20163월의 어느 날. 김복기 씨는 빨간 통장과 파란 통장 하나씩을 내밀었다.

 

사십 평생 저축해 본 적이 없었던 김복기 씨는 적금을 넣기로 했다.

 

처음에는 굳이 적금을 들고 돈을 모은다는 것이 의미가 없게 느껴졌어요. 지금 일을 해서 받는 급여로 잘 쓰면 되지 꼭 나중을 위해서 저축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없었죠. 주변에서도 푼돈 모아서 뭐하냐며 지금 일이나 잘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분도 상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김복기 씨에게 저축은 나의 일이 아니었다. 저축을 하지 않는다고 당장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럴 여유도 없다고 생각하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김지현 씨와 면담을 하는데 적금을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시했었죠. 돈 벌어서 쓰기도 빠듯한데 적금이 되겠냐 싶기도 하고, 적금 들어서 뭐하냐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구체적으로 월급 통장과 적금 통장을 나누어서 관리하는 방법, 계좌 이체로 연결해서 쉽게 할 수 있는 법, 적금하는 과정과 기간을 채웠을 때의 기쁨에 대해 말해 주더군요. 듣고 보니 문득 저축했을 때 기쁨이라는 게 뭔가 싶었어요. 그 기쁨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일단 은행에 가 봤고 이렇게 통장까지 개설하게 되었죠.”

 

그렇게 1년 만기 적금을 약속했고, 생애 첫 적금을 넣는 날,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태화샘솟는집 후원홍보부 김지현씨와 김복기씨가 통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있다.첫 적금을 들던 2016년 봄날, 후원홍보부 김지현씨와 김복기씨(좌측부터)



김복기 씨는 처음 통장을 만들었던 그 날의 느낌을 덤덤했다고 회상했다. 통장 위에 새겨진 숫자를 보며 내가 저축을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얼마의 돈이 모였다는 것 이외의 다른 의미는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반 년간 적금을 유지한 지금, 적금에 대한 김복기 씨의 생각을 다시 들어 보았다.

 

처음 적금을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한 푼 두 푼 모이니 목돈으로 쌓여가는 거죠. 적금을 넣기 시작하고 6개월이 되니 든든하기도 하고 마음이 덜 불안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것 때문이라도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기니 일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더 크게는 이제 내가 스스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있고 그러는 데 필요한 부분이 저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삶이 좀 더 안정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가 저축을 유지하는 경험을 하니 좀 더 모으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요.”

 

이제 김복기 씨에게 저축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행위만이 아니다. 취업을 유지하기 위한 동력이고 삶의 위로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적금으로 쌓아온 금액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단단해졌고 이를 통해 그 다음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저축을 유지하다 보니 생활 씀씀이도 바뀌었어요. 약속된 저축 금액을 먼저 입금하고 나서 남은 돈으로 생필품을 사서 씁니다. 아무래도 돈을 나누어서 쓰다 보니 어떤 것이 나에게 더욱 유용한가, 지금 어떤 것이 나에게 더욱 필요한가를 생각해서 쓸 곳에만 쓰게 되었죠. 그리고 저축을 하게 되면서 하루에 사야 하거나 돈을 쓰게 될 일들을 미리 정리하여 써보고 계획적으로 돈을 쓰게 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죠.”

 

일상의 습관도 건강하게 바뀌었다. 나의 상황을 돌아보고 계획을 세워 이에 맞춰 살아가려 노력했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세워가기 시작했다

 

“6개월만 더 모으면 내 생에 첫 만기 적금을 타는 날입니다. 첫 적금액의 절반은 누님께 드릴 겁니다. 빌린 돈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처음으로 누님께 보답을 좀 하고 싶어요.”

 

관계의 핵심은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주는 것, 나누는 것의 기쁨은 자신을 존중할 수 있게 한다. 스스로 단단해지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에도 힘이 실린다. 김복기 씨는 적금으로 누님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생겼고 이를 통해 자신과 함께해 온 관계를 보듬어 가려 한다.

 

6개월간 적금을 넣으며 김복기 씨는 생활습관, 자신과 둘레 관계에 대한 관점, 자기 일에 임하는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또 한 번의 6개월 이 지나고 1년을 가득 채운 적금을 타는 그 날. 김복기 씨는 다시 한 번 인터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