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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희망이 현실로”…‘4회 강제입원’ 중증 정신질환자의 자립 성공기[병원 밖 정신질환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증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서호원(47·가명)씨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정신재활시설 ‘태화샘솟는집’을 이용한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서씨가 태화샘솟는집을 다니기 전까지 강제 입원한 횟수는 총 네 차례. 18년 전인 2004년 정신질환이 발병된 후 약물치료도 거부한 채 가족과의 불화가 지속된 나머지 병동에 입원해야 했다.

서씨는 3개월 간의 병동 생활을 마치고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재활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1년 6개월 동안 달팽이 농장과 전자회사 등에서 근무하는 등 자립 생활을 이어갔다. 성공적인 자립 생활을 이룰 수만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머님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서씨가 일군 삶은 또다시 무너졌다. 2012년에 7월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정신 질환이 다시 악화됐다. 또다시 입원 생활을 해야 했다.

 

같은해 11월 서씨는 병동에서 퇴원을 했지만 일주일 만에 강제 입원 생활을 맞이했다. 이듬해인 2013년 3월에도 재입원과 퇴소를 반복한 후에야 태화샘솟는집을 찾아가게 됐다.

중증 정신질환자들에게 의료 치료는 상태 호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나아가 이들에 대한 지역 사회의 서비스 연계가 적절히 이뤄진다면 주거 마련과 취업 등 성공적인 자립도 가능하다. 10일 헤럴드경제는 이날 정신의 날을 맞아 정신재활센터에서 꾸준한 지원을 받으며 자립생활에 성공한 중중 정신질환자를 인터뷰했다.

정신재활시설과의 인연…‘증상 악화’ 강제 입원도 사라져
중증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서호원(47·가명) 씨. 정신재활시설 태화샘솟는집을 이용한 뒤로 강제입원을 하는 일이 없어졌다. 나아가 영구임대주택을 소개받으면서 주거도 마련했다. 현재는 세차 업무를 하며 생계도 책임지고 있다.

태화샘솟는집을 이용하면서 서씨의 생활은 한결 나아졌다. 먼저 보금자리가 생겼다. 센터에서 연계한 주거 서비스 덕분에 서씨는 2016년 정신질환자를 위한 영구임대아파트를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에는 직업 훈련을 통해 세차 업무를 2년째 하고 있다. 물론 증상이 악화되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들의 도움으로 약을 거르는 일이 줄어들었다. 서씨가 올해까지 태화샘솟는집과 인연을 맺은 지는 10년이 됐다. 이후 그가 또다시 강제입원을 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서씨는 “센터를 통해 주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자 희망이 현실로 이뤄진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거나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 촉진을 위해 사회적응훈련, 작업훈련, 생활지도 등을 지원한다. 지역 내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부터 자살 고위험군,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 지원 등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달리, 조현병, 기분 장애 등으로 치료받아 받아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환자들이 대인 관계와 직업 훈련 등을 받는다는 점에서 중증 정신질환자들겐 성공적인 자립을 위한 필수적인 시설이다.

치료 받고 퇴원해도 재입원 ‘도돌이표’
헤럴드경제DB

그러나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3개월 안에 재입원 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는 전체 퇴원 환자 10명 중 3명일 정도로 적지 않은 실정이다. 2021년 정신건강현황보고서 중 ‘중증 정신질환자 퇴원 후 1개월 이내 동일입원 재입원 환자 수’를 보면 3개월 이내 전체 병원에서 재입원한 환자 수는 퇴원한 전체 실인원 3만9927명 가운데 전체 병원 기준으로 31.8%(1만2710명)를 차지한다. 퇴원 후 1개월 이내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를 방문한 중증 정신질환자 역시 63.3%(2만5289명)로, 10명 중 6명만 병원을 다시 찾는 실정이다.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정신건강재활시설은 의료 병동과 지역사회 복귀의 중간 지점에 있다”며 “그만큼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재활시설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자체별로 시설이 한 두 곳에 불과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 적응이지만 이들을 위한 퇴원 계획 수립 등 지원 방안에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퇴원 등의 사실을 통보받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은 해당 퇴원 할 사람 또는 보호의무자와 상담해 그 사람의 재활과 사회적응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 관장은 “벌칙 조항이 없어 시설의 장이 (정신질환자를) 위한 퇴원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어느 시설을 찾아갈지부터 어떠한 서비스를 받아야 할 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할수록 대인 관계도 멀어지게 되고, 고립된 생활로 빠져들 위험이 크다. 그 결과 외래 진료와 약 복용도 멈추면서 재발 위험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 질환, 치료 뿐만 아니라 자립 도움도 필요… 지역 사회 접촉 장기간 유지돼야”

전문가들은 대인 관계 형성부터 주거 지원, 취업 알선까지 중증 정신질환자가 단계적인 자립을 이루기 위해선 지역 사회의 장기간 접촉이 유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겸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장은 “정신 질환은 의료 뿐만 아니라 주거,사회복지, 대인관계, 자립 생활 등 여러 영역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며 “재활 센터 등 지역 연계 시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오랜 기간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관장은 “지역별로 정신질환자의 주거 상황부터 취업 현황까지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적절한 도움도 가능하다”며 “재활 시설이 부족하다면 사회복지관 등 유사 기관에서 정신건강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씨 역시 “정신장애인도 얼마든지 자립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자립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비장애인에 비해 많은 탓에 주변의 도움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1011000068)